about time

맨정신과 밤샘작업, 어느 쪽이 효율적일까?

MJ SUNG 2018. 2. 7. 12:00

데드라인이 이틀 뒤인데 아직 반도 완성하지 못했을 때 우리는 늘 고민하게 된다. 자고 일어나서 하는 게 효율적일까, 아니면 지금 온갖 각성제를 들이키며 버티는 게 효율적일까? 우선 당신이 지금 당장 저런 상황이라면 이 글을 읽을 시간에 작업하는 게 100배는 효율적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case by case다.

신체적인 피로를 감수하더라도 한 세션 내에 최대한 끝내는 게 효율적인 일도 있고, 무조건 맨정신으로 하는 게 효율적인 일도 있기 때문이다. 또 개개인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경우에 해당될 수 있는 만큼 획일적인 결론을 내는 게 불가능한 주제임은 분명하다. 이제 전자가 유리한 경우, 그리고 후자가 유리한 경우 - 이렇게 2가지 입장에서 효율이라는 녀석을 분석해보자.

자고 일어나는 게 더 효율적이다

Red Bull gives you wings.

에너지 드링크인 '레드불'은 당신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는 뜻의 카피다. 그만큼 쎈 각성제라는 걸 알려주는 문구지만, 이 레드불을 포함하는 모든 각성제에게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바로 '피로를 없애주는 것'이 아니라 '못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각성 효과가 사라지고 나면 한계 이상으로 사용된 몸이 내뱉는 신호들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하고, 졸음이 밀려올 것이다. 계속 각성제를 먹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이 졸음이 당신의 통제력 이상으로 커질 것이고, 깨어보면 이미 데드라인이 지났을 것이다.

또, 각성제로 깨어있는 것과 진짜 깨어있는 것은 다르다. 잘 잔 상태에서 일어났을 때는 '상쾌함, 개운함'등의 단어가 떠오르지만, 각성제로 깨어있을 때는 좀비가 된 기분이다. 집중력도, 판단력도 흐려진 나를 각성제라는 침입자가 조종해 잠을 못 자게 하는 그런 느낌으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다.

특히 신체적인 부분이 크게 작용하는 일일수록 내 몸 자체의 기력, 즉 컨디션이 중요하다. 운동의 경우는 도핑의 개념으로 각성제를 쓸 때도 있는데, 이때는 잠이 와서 쓰는 게 아니라 기력을 늘리려고 쓰는 것이라는 걸 명심하자. 이 컨디션이 중요한 분야로는 대표적으로 악기 연주를 들 수 있다 . 특히 피아노의 경우 쳐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상반신 전체의 관성을 이용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또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면 꼭 컨디션 관리를 하자. 자연산 목소리인지 각성제 목소리인지 들으면 다 안다.

아니다, 버티는 게 더 효율적이다

자고 일어나면 머릿속이 하얘진다. 어제 작업하던 내용이 뭔지도 생각이 나질 않고, 컴퓨터를 뒤져봐야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한다. 이건 필자의 블로그 운영 경험담이지만, 당신이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든, 무슨 목적으로 하고 있든,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든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진행 상황을 잊는다는 점에는 공감할 것이다.

우리는 글을 읽을 때 문장을 보지 않고 맥락을 본다. 필자가 지어낸 거 맞다. 맥락은 정말 중요하다.

따라서 글을 쓸 때도 독자의 입장에서 읽으며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도 맥락이 끊기면서 글의 끊긴 맥락을 이어붙이는 수술을 성공해낼 수 있을까? 제품의 품질이 중요할수록 그걸 만드는 사람의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는 건 상식이지만, 글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밤샘작업으로 잃는 컨디션을 끊어지지 않는 자연스러운 맥락이 상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딩을 하는 것도 컴퓨터의 언어로 글을 쓰는 과정이기 때문에 역시 맥락이 중요하다. 따라서 최대한 한 세션을 길게 잡는 게 효율적이긴 하지만, 글쓰기 세션같이 오래 끌지는 말자. 졸린 인간은 오타생성기와 다를 게 없으며, 세미콜론(; - 대부분의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마침표 역할을 하는 기호) 하나 없다고 오류 몇천개가 뜨는 만큼 적당히 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이 두 가지 외에도 맥락이 전반적인 품질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면 어서 레드불을 마시자. 꼭 레드불 아니어도 된다. 광고 아니다.

효율은 '어떻게 한다'고 무조건 나오는 게 아니다

다만 위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쓴 분야들에서도 반대로 하는 게 더 효율적인 독자들도 있을 수 있다. 필자가 괜히 효율은 케바케라는 점을 서론부터 강조한 게 아니다. 효율이라는 녀석은 변수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변수들의 방향은 모두 일정하며, 그 방향은 자신의 일을 즐기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성공적인 CEO 중에서 사업하는 걸 즐기지 않는 사람을, 탑스타 중에서 주목받는 걸 즐기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당신의 일을 즐겨라. 그러면 더 많은 일이 하고 싶어질 것이고, 한정된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면 당신은 이미 납골당으로 간 효율까지 되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