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리더는 게으르다
수고하세요. 우리가 흔히 쓰는 인사말이다. 인간은 본인의 가치관에 어울리는 말을 자주 한다. 예를 들어 부를 중요시하는 사람에게는 '자본', '수익률' 등의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으며, 명예를 중요시하는 사람에게는 '이미지' 등의 단어를 자주 들을 수 있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수고하는 것', 즉 부지런함을 하나의 가치로 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우리 사회가 주장하는대로 부지런한 리더가 좋은 리더일까?
부지런한 리더의 본질적인 한계
부지런한 리더 B가 있다. B는 1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며, 매우 부지런해서 어떤 직원보다도 일찍 출근하고, 어떤 직원보다도 늦게 퇴근한다. 그만큼 실무에 본인의 시간을 많이 할당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주변의 평가는 늘 긍정적이고, 이런 평가를 들을 때 마다 더 열심히 일한다. 사회는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에게 일에 열정적이라며 찬사를 보낸다. 하지만 B에게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아무리 부지런하더라도 B는 여전히 인간이다. 인간은 아직 시간을 화폐처럼 축척하거나 절약할 줄 모르며, 할 수 있는 건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 - 즉 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 뿐이다. 또 유체이탈을 하지 않는 이상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이 효율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B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의 양은 결코 무한하지 않다. B의 회사가 성장하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데,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B가 대부분의 일을 맡고 있는 현재의 시스템대로는 성장할 수 없다.
물론 부지런함을 욕하는 건 아니다. 부지런하다는 건 그만큼 시간을 잘 쓸 줄 안다는 뜻이며, 이 점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단지 필자는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대로 부지런하게 일하는 사람이 더 크게 성공한다는 믿음을 깨고 싶은 것이다. 기업체가 해야 하는 일을 크게 두 범주로 나눠보면 '창의적 돌파가 필요한 일', 즉 창조와 '부지런함이 필요한 일', 즉 실현이 있다. 지금 당신의 회사에 임원으로 근무하는 사람들 중 창조자와 실현가 - 어느 쪽이 더 많은지 생각해보자.
게으름은 사실 나쁜 게 아니다
게으른 리더 G가 있다. G는 3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며, 매우 게으른 성격으로 어떤 직원보다도 늦게 출근하며, 할 일이 끝나면 퇴근시간이고 뭐고 그냥 집에 간다. 그만큼 실무에 투입되는 본인의 시간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늘 '게으르다'는 평가를 듣는다. 사회는 이렇게 G에게 게으르다며 일침을 준다. 하지만 B와 G - 두 리더가 같은 배경으로, 같은 시점에 사업을 시작했다면 어느 쪽이 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가?
위에서 말한 대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에는 한계가 있으며, G는 이 한계를 아주 효율적으로 돌파하고 있다.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10 만큼의 일을 할 수 있다고 치자. B의 회사는 보조해주는 직원 10명과 본인의 근면성이 있으니 150 정도의 일을 하지만, G의 회사는 회사를 위해 부지런하게 일하는 직원이 300명이나 있기 때문에 G 본인이 일을 하지 않더라도 3,000 만큼의 일을 할 수 있다.
이제 '나는 게으르져야 하나?'를 자신에게 묻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빠르게 성공해서 부와 명예, 그리고 부러움의 시선을 받고 싶다면 물론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잠시 게으른지, 부지런한지의 여부를 떠나서 어떻게든 성공한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그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징은 '똑똑함'이다.
그러나 게으르기만 해서도 안된다
사실 이 글은 B와 G 모두 상위 10% 이상으로 똑똑하다는 가정 하에 쓴 것이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보자. '똑똑하다'의 기준은 뭘까? 그 기준이 학력이라고 하기에는 저학력으로 성공한 사례가 너무 많아서 애매하고, '얼마나 성공하는가?'를 기준으로 삼기도 좀 애매하다. 물론 여기에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겠지만, 필자의 경우 똑똑함의 기준이 '시간을 얼마나 잘 쓰느냐?', 즉 시간관리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소중하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실질적으로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본인에게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해서 성공하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잘 쓴다는 건 본인의 역량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고, 본인의 역량을 인지하고 있다는 건 다른 사람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시간을 잘 쓰는 대표가 되려면, 당신의 임직원들 중 누가 X 업무를 하고, 누가 Y 업무를 해야 가장 빨리 일이 끝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물론 '임직원들'에는 당신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로켓 디자인을 당신보다 잘 하는 사람이 없다면, CEO라고 하더라도 로켓 디자인을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 것이다. 엘론 머스크의 현황이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우리 인간들이 내리는 사회적 평가는 이들에게 냉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을 스마트폰 중독자로 만든 마크 저커버그에게도, 그 스마트폰을 만든 스티브 잡스에게도 그들이 성공하지 전까지는 냉정했다는 점을 명심하자.
사람들은 당신이 게을러졌다고 까겠지만, 당신은 사실 똑똑해진 것이며, 아무도 모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런 혁신가인 당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