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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일을 미루는 이유

MJ SUNG 2018. 2. 19. 12:00

다들 한 번씩은 청소를 미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것도 타당한 이유 없이 그저 '하기 싫어서'. 하지만 평소에 어떤 표정을 지었냐에 따라 나타나는 주름을 보면 알 수 있듯 인간의 습관을 언제나 우리의 생각보다 무서운 법이다. 청소를 미루는 경우는 조금 불쾌한 환경에서 살게 되는 것 외에는 딱히 문제가 될 게 없지만, 100억 원짜리 계약과 관련된 일을 미루는 경우에는 직장에서 해고될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대표인데도 이런 일을 미루고 있다면, 더 큰 손실을 보기 전에 어서 폐업신고를 하자.

그런데 우리 인간은 왜 논리적인 판단력이 있음에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역량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일을 미룰까? 오늘은 한 번 이 문제에 대해서 깊게 파보자.

일할 때 우리의 심리

우선 일을 하거나, 계획대로 뭔가를 진행할 때 우리의 심리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때 인간의 심리에는 하나의 변수에 대해 둘의 심리가 작용하게 된다. 여기에는 먼저 논리적인 방식으로 일을 분배해 처리하려는 이성적인 심리가 있다. 또 쉬운 일, 재미있는 일만 하려고 하는 우리의 본능이 작용한다. 이때 둘의 승패를 가르는 데는 '데드라인'이라는 심리적인 요소가 작용한다. 홈쇼핑에서 괜히 우리의 이성적인 판단력을 설득한 뒤, '매진 임박'을 내세우는 게 아니다.

다들 감이 오겠지만, 데드라인이 임박하면 임박할수록 이성적인 심리가 더 강하게 작용하여 우리가 일을 하게 만들고, 데드라인이 멀면 멀수록 본능이 강하게 작용하여 우리가 일을 미루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 '데드라인의 임박 기준'은 사람마다, 시기마다, 업무마다 달라진다.

예를 들어 3달 동안 진행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첫 두 달 동안은 일을 미루게 되고, 데드라인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30일 정도'가 이 프로젝트의 '데드라인 임박 기준'이 되는 셈이다. 당신의 평소 업무 흐름을 보고, 통상적으로 그 업무를 할 때의 임박 기준을 알아둔다면 당신이 원하는 대로 본인의 심리를 조작할 수 있다.

심리를 이용해 일을 제때 처리하는 방법

상술했듯이 우리가 일을 할 때는 두 개의 심리가 싸우게 되며, 이 싸움에서 이긴 쪽의 주장대로 우리는 행동한다. 따라서 일을 제때 하고 싶다면 이성적인 심리를 더 강하게 만들거나, 본능을 더 약하게 만들거나 - 둘 중 하나의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이를 실생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방법을 쓸 수 있다: 일을 재밌고 쉽게 만들어서 본능을 자극하거나, 아니면 데드라인을 빠듯하게 잡아 이성을 자극하거나.

예를 들어 'ABC'라는 업무가 있다면 전자의 방식으로는 A, B, C로 쪼갠 뒤 각각의 과정을 완료할 때 휴식과 같은 심리적인 보상을 스스로에게 줄 수 있고, 후자의 방식으로는 당장 이틀 뒤로 데드라인을 잡고, 이성을 자극해 지금 당장 시작하도록 할 수 있다. 이때 전자와 후자 모두 '감정'이라는 요소를 이용한 시간관리라고 볼 수 있다. 일 자체에 대해 동기가 생겼든, 빠듯한 데드라인에 의한 압박감 때문이든 이성적인 판단을 실행하기 위해 감정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시간관리는 곧 감정관리다

필자는 늘 시간은 유연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힘들고 지칠 때는 2시간씩 걸리던 일에 동기가 부여되면 30분만에 끝나기도 하고, 열정적으로 취미를 즐기는 1시간은 10분처럼 느껴지기도 하며, 수술실 밖에서의 10분은 1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모두 '감정'에 의해서 시간의 체감 길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위에서 제시한 '심리를 이용한 시간관리'가 실제로 효과를 보인다는 증거로, 시간관리는 곧 감정관리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감정관리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독자들도 알다시피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글 쓰는 시간을 반으로 줄이는 방법 3가지'에서 본 글과 같은 포스팅 하나를 완성하는 데 1시간 가량이 걸린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이상하게 2시간, 3시간씩 걸려서 꽤 놀랐다. 하지만 며칠 전, 너무 피곤해서 평소에 6시간씩 자던 잠을 8시간 정도 자보니 글을 쓰는 속도가 다시 1시간 정도로 줄었다. 이전과 달라진 건 휴식을 더 취했다는 것 뿐이다.

 글 쓰는 시간을 반으로 줄이는 방법 3가지 (클릭)

less is more.

따라서 시간관리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 즉 당신의 효율을 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일을 덜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일을 덜 하는데 어떻게 더 많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냐는 반론을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생각해보자. 주기적으로 점검과 관리를 받는 자동차도 언젠가는 고장나는데, 그 복잡도가 천문학적으로 높을 뿐 일종의 기계라고 볼 수 있는 인간의 몸에게 충분한 휴식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에게는 휴식이 필수적이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