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시간을 반으로 줄이는 방법 3가지

2017년 3월 8일 아침 6시. 필자의 첫 블로그 포스팅이 발행된 날이다. 쓰는 데 2시간 가량 걸린 기억이 나지만, 이제와서 분량을 보니 공백포함 514자에 불과하는 망작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1년 뒤인 지금, 포스팅 하나를 기획하기 시작할 때 부터 발행 버튼을 누를 때까지 딱 한 시간 정도가 걸린다. 물론 한 포스팅의 분량(이전 글 기준)도 2,266자로 1년 전의 4배가 넘는다.

필자가 이렇게 8배의 효율을 보이게 된 이유는 '경험'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비록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4개 블로그에 287개의 포스팅을 발행했으며, 1일 1포스팅은 물론 1일 2포스팅까지 해봤다. 그리고 그 이유는 돈(...)이었다. 애초에 첫 블로그를 개설한 목적이 제품 홍보를 통한 수익 창출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돈만 밝히던 블로거가 이제는 글의 품질, 그리고 그 글을 쓰는 효율 밝히고 있다. (물론 이 블로그도 수익 창출이 목적이다) 오늘은 필자가 이렇게 변하면서 배운 점 3가지를 공개하겠다.

1. 뼈대가 튼튼해야 건물이 안 무너진다

먼저 가장 간단한 글쓰기 팁 중 하나지만, 입문자들이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기 쉬운 팁이다. 지키는 게 은근히 버거로울 뿐더러, 소위 '전문가들'이 말하는 효과를 100% 보기 어렵다는 점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뼈대를 만들어서 써도 글이 꼬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에 필자도 뼈대를 만든 뒤 글을 쓰면 구조가 탄탄하다는 말은 인정할 수 없다. 하지만 뼈대를 만들지 않고 쓴 글은 구조가 약하다는 말은 부정하기 힘들다. 즉, 글의 품질을 어느 정도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뼈대를 만드는 게 필수적이다.

물론 '뼈대'라고 해서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냥 본인이 어떤 글을 쓸 것이고, 내용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며, 어떤 쪽으로 결론을 내릴 것인가가 드러날 정도만 들어나면 된다. 아직 이해가 덜 된 독자들을 위해 본 글의 뼈대를 공개하겠다.

본 글의 뼈대이 정도 디테일이 시간 대비 효율에서 가장 우수한 것 같다.

또 뼈대를 만들 때 시간을 조금 아끼고 싶다면 위와 같은 템플릿을 이용할 수 있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쓰고 있다면 자체적인 기능(서식)을 이용하면 되고, 지원되지 않거나 티스토리가 아니라면 워드를 이용하면 된다. (오타 체크는 덤)

 워드에서 템플릿 만드는 방법 (클릭)

2. 제목은 디저트가 아니라 애피타이저다

나는 철저하게 선 본문, 후 제목이다.

- 윤태영 작가

이 분과 더불어 대부분의 작가들은 제목을 마지막에 쓰라고 주장한다. 물론 글의 품질이 매우 중요하면서 효율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면 옳은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글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 목표지 '효율을 생각하지 않고 최고고고고고고품질의 글을 쓰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따라서 제목을 먼저 써주자. 최종 검토 때 더 좋은 제목이 생각난다면 바꿔도 좋으니 우선 '공개할 만한 수준의 제목'을 적어놓고 글쓰기를 시작하자.

필자가 이렇게 선 제목을 강조하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제목은 독자가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글의 요소다. 따라서 제목을 적고, 그 제목을 읽어보며 잠시 필자에서 독자로 입장을 바꿀 수 있어서 독자가 이 제목으로부터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아주 효율적으로 생각해낼 수 있다. (물론 소제목도 해당된다) 필자가 쓰는 서론의 대부분은 이 과정을 통해 생각해낸 것이다.

또, 이건 블로그에서만 해당되지만 제목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행을 누르는 참사를 막을 수 있다. 그나마 제목 칸을 비워뒀다면 오류가 뜨겠지만, 제목에 주제를 대충 적어놨으면 그대로 발행이 될 것이다. 물론 그제서라도 발견했다면 수정하면 되지만, 대부분의 블로거는 발행을 누르면 더 이상 그 글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며칠, 몇 주 후에 발견할 수도 있다. 완성도 있는 제목만 먼저 써뒀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다.

3. 글이 안 써진다면 당신의 주장이 틀린 것이다

10분을 생각해도 한 글자도 안 써질 때. 필자의 경험상 이런 경우는 아예 그 주제를 포기하는 게 가장 시간 효율적이다.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건 당신이 그 글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우울증에 대해 아는 게 없는 필자가 우울증 코칭 상품의 광고글을 환자의 입장에서 쓸 수 있을까? (1년 전 돈에 환장했던 필자는 결국 그걸 써냈다.... 물론 수익은 0원)

글을 쓰는 건 새로운 생각을 아까 했던 생각에 이어붙이는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린 인간은 이런 모순을 찾을 수 없는 글에서 '임팩트'를 느끼게 된다. 이런 모순을 없애려면 무엇보다 '당신이 하려는 주장'이 타당해야 한다. 'A는 B다'를 아무리 타당하게 설명해도 'A는 A다'는 한 마디에 바로 모순이 생겨버린다. 따라서 당신이 전자의 주장을 하고 있다면 입장을 바꾸는 것도 고려해보자. 말이 안되는 글은 열심히 써봐야 결국 갈아엎게 된다.

글은 유동적인 존재라는 걸 이해하자. 글을 쓰는 중에 흐름이 바뀌어 다른 글이 될 수도 있고, 아예 역류해 처음 입장의 정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위의 뼈대 사진을 자세히 봤다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본 글에서도 3번 본론과 결론의 위치가 바뀌었다.

'글을 쓴다는 것'에 자부심을 갖자

즐기면서 하는 일이 더 빨리 끝난다. 이 말은 진리다. 그러니 한 줄을 온전히 주고 색반전하겠다.

명심하자. 당신은 키보드를 두들기는 게 아니라 당신의 생각을 하나의 특별한 작품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또 당신은 간식을 먹는 게 아니라 인간의 식욕을 이겨내는 것이다. 또 당신은 멍 때리는 게 아니라 최고의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며, 맞춤법을 몰라서 찾아보는 게 아니라 완벽한 글을 위해 한 번 더 점검하는 것이다.

글을 쓰는 건 위대한 일이니 자부심을 갖자. 또 그 자부심에 걸맞는 옷을 갖춰입고 글을 쓰자. '이게 무슨 X같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정말 한 번만이라도 본인 옷장을 열어 가장 폼나는 걸 장착하고 써보길 바란다. 없던 자신감도 생기고, 그 자신감으로 평소보다 빠르게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귀찮다면 샤워라도 하자. 그건 자부심의 문제가 아니다. 더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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