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시간'과 '저녁 1시간'의 차이
7,530원. 대한민국 노동 시장에서 '1시간'의 노동을 제공했을 때 얻는 최소한의 가치, 즉 최저임금이다. 하지만 이는 근로자의 경력, 가족관계, 업무 시간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산정된 일률적인 가치로, 모든 근로자에게 적합한 수치라고 말할 수 없다. 물론 대한민국의 모든 노동 공급자를 조사한 뒤 개별적인 최저임금을 부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 '근로자'와 관련된 요소를 무시한다고 해도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일을 끝내는 데 있어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는 '업무의 시간대'에 따라서는 왜 차별을 두지 않았을까?
정말 '아침 1시간'과 '저녁 1시간'의 가치가 같아서 그런 걸까? 이 질문을 답하기 전에 먼저 시간의 가치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독자들 모두 재밌는 일을 할 때는 언제 시작했냐는 듯 시간이 스쳐 지나가고, 지루한 일을 할 때는 시간이 고체가 되어버리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이때 둘의 차이는 그 일을 얼마나 즐기느냐, 즉 그 일에 대한 몰입도다. 따라서 시간의 가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인 일의 몰입도를 중심으로 '아침 1시간'과 '저녁 1시간'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자.
하루 중 정신이 가장 맑을 때, 아침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그 인간들이 만든 물건 역시 완벽할 수 없다. 그 물건들을 이용해 인간들이 만든 사회 역시 완벽할 수 없다. 당신은 그런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당신의 하루 일과 역시 완벽할 수 없다. 작게 꼬이든, 크게 꼬이든, 왼쪽으로 꼬이든, 오른쪽으로 꼬이든, 일찍 꼬이든, 늦게 꼬이든 일단 시작된 당신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든 꼬이게 되어있다.
하지만 그 꼬임이 시작되기도 전의 시간, 즉 아침이라면 어떨까? 고속도로가 사고로 정체되기 전, 지각해서 잔소리 듣기 에, 사이가 좋지 않은 동료와 싸우기 전의 시간 말이다. 이런 시간에 일을 한다면 마치 현실에서 벗어난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잠시 사회로부터 격리된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사회가 7시에 일어나서 일과를 시작하는데, 당신이 6시에 일어난다면 당신은 1시간 동안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셈이다.
그러나 장점만 가진 존재는 없듯이 아침 시간에도 본질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바로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 아직 하루를 끝내기는 커녕 시작도 하지 않았으니 당신은 곧 당신이 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 세션이 아무리 길어봐야 3-4시간을 넘기는 힘들다. 데드라인이 오전까지인 일을 당일 아침에 해보면 그 심장 쫄깃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아침 시간이 20분밖에 안 남았는데 포스팅의 반도 못 썼을 때 그런 기분 말이다. (어제의 경험담이다...)
모든 게 끝나고 시간이 여유로운 저녁
인류는 20만 년 동안 사냥을 하고, 농사를 짓는 머리 좀 쓸 줄 아는 털복숭이였지만, 이어진 20세기 동안은 쇼핑을 하고, 도시를 짓는 천재적인 종족이 됬다. 그 이유는 다름아닌 '사회적 안정'이라고 볼 수 있다. 농경 사회가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1차적인 욕구인 '먹는 것'이 해결되자 인류는 그 이상의 고차원적인 욕구들을 꿈꾸게 되며 2,000년 간의 경이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 당신의 하루는 끝났다고 치자. 매우 잘 풀렸든, 어느 정도 꼬였든, 많이 꼬였든 일단 오늘의 일과는 끝난 것이며, 일단 남아있는 '오늘' 동안에는 여유로울 수 있다. 당신도 '하루를 살아간다'는 1차적인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제 자기개발을 하든, 부업을 하든 경이로운 생산성의 역사를 써보자.
물론 저녁 시간이라고 여유롭기만 한 건 아니다. 졸립다. 저녁을 먹고 난 뒤 서서히 몰려오는 졸음이 하루 종일 축척된 피로와 합쳐져 졸림이 최고점을 찍는 때가 바로 저녁이기 떄문이다. 졸음과 몰입도는 반비례한다는 것, 즉 졸리면 일에 몰입되기 힘들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침 시간에 비해 가치가 조금 낮을 수는 있겠지만, 그만큼 졸음을 잘 통제할 수 있다면 아침보다 더 가치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또, 잠깐만 졸음을 참으면 2-3시간 정도의 자유 시간이 생긴다는 메리트를 생각하면 해볼 만한 싸움이 아닌가?
그렇다면 언제 뭘 해야 되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의 여느 글이 그렇듯 case by case다. 아침과 저녁 모두 하루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대이고, 본인의 의지력에 따라 둘의 가치 차이가 멀어질 수도, 좁아질 수도 있으니 결국 본인이 '어떻게 이 두 시간대를 활용하냐'의 문제다.
운동이나 데드라인이 많이 남은 장기 프로젝트 등 지금 당장 끊겨도 문제가 되지 않은 일, 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기 쉬운 일은 아침 시간을 이용하자. 또 글쓰기, 방 대청소 등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예상하기 어렵거나 도중에 워크플로우가 끊기면 효율이나 품질 - 둘 중 하나는 떨어지는 일이면 데드라인이 없는 저녁 시간을 이용하자.
오늘 알아봤듯이 시간은 양 뿐만 아니라 시간대에 따라서도 그 시간에 뭘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지가 달라진다. 당신의 소중한 시간, 현명하게 잘 관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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