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와 시간관리

완벽주의. 일반적으로는 완벽한 성취와 역량을 달성하려는 신념을 뜻한다. 이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우리는 완벽주의자라고 부르며, 흔히 우리는 완벽주의자가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로 그런 사례도 존재하지만, 한 대의 자동차 안에 40명이 들어간 사례도 있으며, 맥주가 든 머그컵 27개를 들고 40미터가 넘는 거리를 이동한 사례도 있다. 언제나 완벽주의가 유리하지는 않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완벽주의는 언제, 어느 상황에 적용되었을 때 빛을 발할까? 완벽주의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서 알아보자.

완벽주의가 시간관리에 도움이 되는 경우

우선 정확히 시간관리가 무언인지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 시간관리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흐름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선택, 즉 의지를 관리하는 것이다. 완벽주의자의 경우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하고자 하는 의지가 넘쳐나기 때문에 따로 노력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이게 된다. 따라서 목표를 실행하는 중이거나,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면 완벽주의가 그 일에 동기를 부여해줄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은 10시간이 걸려도, 이틀이 걸려도 본인의 기준으로 볼 때 '완벽한' 작품이나 성과만을 내놓기 때문에 자신의 커리어, 또는 비즈니스가 빨리 성장할 확률이 높다. 이렇게 본인의 업이 성공함에 따라 얻게 되는 자원들을 바탕으로 비서를 고용하거나, 중요도가 낮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 아웃소싱할 수 있다.  따라서 완벽주의자의 업무 효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되는데, 이는 시간관리의 역량이 그만큼 늘어난다고 해설할 수 있다.

완벽주의가 시간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 그런 인간이 완벽주의를 갖는다는 건 '남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벽하겠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생각은 완벽주의자가 일을 하는 태도에도 반영되어 중요도가 낮은 업무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거나, 아직 완벽히 준비되지 않아서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밀려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므로 버려야 한다. 과한 완벽함을 추구하다가 본인의 계획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런 계획이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일반인에 비해 완벽주의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책을 한다. 자책은 곧 자신감의 하락으로 이어지고, 아무리 완벽주의자라는 특성 때문에 의지가 넘쳐난다고 해도 자신감이 떨어지는 순간 그 의지는 무용지물이 된다. 계획을 실행중일 때는 완벽주의자로, 계획이 끝났을 때는 성공했든, 실패했든 현실을 직시하면서 사는 게 현명한 인생이 아닐까.

또한 완벽주의자는 넘치는 자신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자신감이 자만감으로 이어지는 순간 당신이 설정한 기준은 '당신만이 충족시킬 수 있는 기준'이 되고, 그렇게 당신의 일은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린다. 필자가 이전의 글에서 서술한대로 이렇게 본인이 모든 일을 하려고 하는 건 시간관리를 아예 포기하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당신이 완벽할 수 있다면, 그 누구도 완벽할 수 있다. 이건 당신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아니며, 당신에게 확률이라는 팩트를 알려주려는 것 뿐이다.

그래서 완벽주의를 가져야 하나, 버려야 하나?

복합적인 인간이 되자. 당신이 완벽주의자든 완벽주의자가 아니든 '완벽'을 운운하는 게 당신에게 좋은 영향을 줄 때도 있고, 나쁜 영향을 줄 때도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중일 때만 완벽주의자가 된다. 그 목표가 블로그 포스팅 하나를 완성하는 단기적인 목표든, 그 블로그를 통해서 꾸준한 수익을 내는 장기적인 목표든 상관없이 말이다.

완벽하다는 걸 다른 말로 쓰면 '무슨 일이든지 해낼 능력을 가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그걸 추구하는 전업 완벽주의자라면 생각해보자. 본인의 생각, 본인의 완벽주의를 컨트롤하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도 완벽에 가까워지는 마일스톤 중 하나가 아닐까? 정말로 완벽해지고 싶다면, 완벽을 바라는 그 마음까지 컨트롤하는 법을 훈련하자.

당신이 완벽주의자가 아니라면 당신의 가치관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존재를 떠올려보자.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면 지금 갖고 있는 존재, 누리고 있는 혜택들 중 가장 잃고 싶지 않는 것을 생각해보자. 부, 명예, 시간, 건강, 자유, 권위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라도 스스로에게 바라는 기준선을 높여서 완벽주의자가 되어보자. 당신이 충분히 바라고 있는 존재이므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 이 글의 엔딩도 '케바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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